연구소에서 자체 제작한 링 라이트가 실패한 뒤 루미스페이스에 재의뢰한 사례를 통해, 검사용 조명은 ‘부품’이 아니라 ‘합격 기준’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필요 정보(사이즈, LED 피치, 확산판 거리, 셔터, 목표 균일도, 설치 환경)를 정리하면 빠르게 설계 범위와 납기 계획을 잡을 수 있습니다.
나는 루미스페이스에서 산업용 검사 조명 기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다.
우리 회사의 목표는 단순히 ‘밝은 빛’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결과’를 내는 조명을 설계하는 것이다.
월요일 아침, 평소 연락하던 연구소의 번호가 아닌 낯선 메일이 들어왔다.
제목은 “잉콧 실리콘 웨이퍼 링 조명, 긴급 검사용 제작 문의.” 첨부파일엔 흔들린 검사 이미지와 오탐 로그가 있었다.
화면 가장자리에 LED 점이 반사되어 결함처럼 보였고, 히스토그램은 시간대별로 들쭉날쭉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시중 링라이트를 급히 적용하다가 발생한 문제였다.
몇 시간 뒤 연구소에서 전화가 왔다.
연구원은 다소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가 직접 제작 시도했는데, 링 조명의 온도로 인하여 도트무늬가 보이고, 알고리즘이 정상 동작을 못 합니다. 감사까지 2주 남았어요.”
그 말 속엔 자존심이 상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
나는 위로 대신 질문을 몇 가지 하였다.
“검사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균일도 목표, 카메라 셔터 속도, 프레임, 렌즈 거리, 결함 종류, 표면 코팅, 그리고 검사 환경 온도까지 알려주세요.”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돌아온 대답은 “그걸 문서로 정리한 적이 없습니다.”였다.
나는 ‘그래서 실패하신 겁니다’라고 하지 않고, “그럼 지금부터 같이 정리하죠.”라고 말했다.
신뢰는 사과로 시작하지만, 복원은 ‘기준’으로 끝난다.
그날 오후 화상 회의를 열었다.
우리 엔지니어 팀은 고객사가 보내준 샘플 이미지를 확대해 반사 각을 분석했고, PWM 플리커 가능성도 체크했다.
시중 제품은 고휘도였지만 확산 구조가 부족해 LED 칩이 점 형태로 남았고, 확산판을 두껍게 하면 도트는 줄지만 광량이 급감했다.
노출을 높이면 노이즈가 늘어 오탐이 생겼다.
게다가 링 내부 온도가 오르면 색온도와 광량이 변해버린다.
검사 시스템에서는 ‘시간’이 곧 ‘불량’이다.
그래서 제안 방식을 바꿨다.
“이건 링 라이트가 아니라, 완전한 광학 모듈로 접근해야 합니다.”
우리는 광학설계를 통하여 링 형상으로 설계해 LED 광원을 점이 아닌 선으로 분포시키고, 확산층의 헤이즈를 조합해 균일도를 높였다. 반사 억제를 위해 차광 링과 미세 패턴을 추가해 스펙큘러 반사를 분산시켰다.
방열 경로도 효율적으로 설계하여 온도 안정성을 확보했다. 유지보수는 모듈 단위 교체식으로 설계했다.
발주처 회사 관계자의 표정은 ‘좋지만 비쌀 것 같다’였다.
예상대로 구매팀이 말했다.
“맞춤형이면 단가가 오르고 납기도 늦어집니다.”
나는 단가 대신 ‘비용’을 이야기했다.
“오탐으로 라인이 멈추는 비용, 재검 비용, 감사에서 재현성 입증이 안 될 때의 손실이 더 큽니다. 저희는 조명을 파는 게 아니라, ‘결과를 반복 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일정표를 꺼냈다.
설계 7일, 시제품 10일, 조명 튜닝 1일, 리포트 1일. 밤샘이 포함된 계획이었다.
우리는 ‘가능하다고 말하기’보다, ‘가능해지도록 설계하는’ 방식으로 일했다.
시제품 제작 주간은 말 그대로 전쟁 같았다.
CNC로 링 프레임을 가공하고, 광학패턴을 미세 조정했으며, 확산층을 세 가지 조합으로 테스트했다.
밝기만 올리면 도트가 살아나고, 확산만 높이면 디테일이 사라졌다.
우리는 ‘중간값’이 아니라, ‘목표 기준’을 우선했다.
결함을 과장하지도 숨기지도 않고, 언제나 같은 조건에서 보이게 만드는 것.
출고 전에는 기준 샘플 세트로 동일 조건 테스트를 했다.
온도 20도와 30도에서 광량 변화를 기록하고, 셔터 1/60, 1/120에서 플리커 유무를 확인했다.
납품 당일, 나는 공구 가방을 들고 연구소로 향했다.
설치는 10분이 걸렸지만, 튜닝은 2시간이 필요했다.
링 높이를 2mm 조정하고, 카메라 각을 1도만 바꾸자 반사가 눈에 띄게 사라졌다. 연구원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이제 제대로 구별이 되네요!”
그 한마디가 우리 팀의 계약서였다. 팀장은 짧게 말했다.
“이제 검사가 된다.”
회의실의 긴장된 분위기 대신, 새로운 문서가 만들어졌다.
‘합격 기준’, ‘교정 주기’, ‘예비 드라이버 관리’, ‘점검 항목’. 나는 마지막 줄에 적었다. “동일 조건, 반복 재현 가능.”
며칠 뒤, 감사 리허설 중 추가 문제가 발생했다.
주변 조명이 켜질 때 화면 대비가 흔들린 것이다.
현장에서 즉시 차광 후드를 추가하고, 링 밝기를 로컬 제어로 고정했다.
연구소는 원격 제어를 요청했지만, 나는 설득했다.
“자동화는 편리하지만, 기준이 흔들리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그래서 컨트롤러에 설정 잠금 기능과 변경 로그를 추가했다. 품질 책임자는 그 로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로 돌아와 프로젝트 리포트를 정리했다.
조도 분포, 균일도, 셔터별 플리커 결과, 온도 상승 곡선, 드라이버 디레이팅 조건, 교체 절차—모두 문서화했다.
고객사는 이를 내부 교육 자료로 활용했고, 다음 프로젝트에선 스스로 요구 조건을 정리한 문서를 보내왔다.
그 메일의 제목은 “검사 결과의 재현성 확보용 조명 설계 문의”였다.
이제 그들은 ‘링 라이트’를 주문하지 않는다.
‘검사 결과의 일관성’을 주문한다.
내부 회의에서 나는 이 사례를 공유했다. ‘싸고 빠르게’가 항상 효율적이진 않다.
우리는 고객사의 실패를 탓하지 않고, 그것을 ‘표준과 규격’으로 바꾸는 일을 한다. 그 과정이 곧 신뢰다.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처음 단계에서 조건만 주셔도 된다.
현장 사진과 샘플 번호만 받으면, 우리는 바로 설계 범위와 일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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