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감동, 살아 숨 쉬는 나무처럼.
단순한 벽이 아닌, 세월의 흔적과 자연의 기운이 담긴 예술적 공간.
김영훈(가명)은 오랫동안 대기업의 임원으로 근무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회사에서의 날들은 숫자와 목표, 실적과 보고서로 가득했다. 매일 아침 정장을 차려입고 사무실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에는 결코 머뭇거림이 없었다. 그는 실적을 올리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며, 승진과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은퇴가 가까워질 무렵, 그는 문득 자신이 너무 오랜 시간 일만 하며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정년 퇴직 후 그는 홀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평생을 바쳐온 회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한국의 남부 지방을 돌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그는 운명처럼 한 장의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날 새벽, 김영훈은 깊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슬이 내린 흙길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는 안개가 서린 소나무 숲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굵고 오래된 소나무들이 안개 속에서 우뚝 서 있었다. 몇 백 년을 살아온 듯한 거대한 나무들은 세월을 초월한 듯 고요했다.
바람이 잔잔하게 가지를 흔들 때마다, 나무들은 마치 그에게 말을 거는 듯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들어 풍경을 담았다.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다.
한평생을 경쟁하며 앞만 보며 달려온 자신. 그리고 그 앞에서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소나무들.
그날 이후, 그는 그 숲의 이미지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는 깨달았다.
사진으로는 그때의 감동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김영훈은 전원주택을 새로 지으며 거실 한쪽 벽을 그날의 소나무 숲처럼 만들고 싶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빛과 조각을 활용해 실제 숲처럼 살아 숨 쉬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는 여러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다녔지만 누구도 그의 요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큰 사진을 인쇄해서 걸어두시면 됩니다.”, “그런 작업은 비용이 많이 들어요.” 같은 대답뿐이었다.
그는 좌절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 숲은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해준 공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빛과 조형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Lumispace(루미스페이스)’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김영훈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그곳을 찾았다.
루미스페이스의 대표와 디자인팀은 김영훈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공감을 표했다.
그들은 단순히 벽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그의 경험과 감정을 공간 속에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리는 빛을 통해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한 마디에 김영훈은 희망을 느꼈다.
디자인팀은 특별한 기술을 제안했다.
-
빛과 조각을 결합한 입체적인 소나무 숲 구현
-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조명 연출
-
새벽 안개의 느낌을 담은 은은한 빛 조절
그들은 말이 아닌 디자인으로 그의 기억을 되살려내고자 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루미스페이스의 디자이너들은 목재와 금속을 사용해 소나무의 질감을 살린 조각을 제작했고, 정밀한 LED 조명 기술을 활용해 새벽의 빛과 안개의 느낌을 재현했다.
그 과정에서 김영훈은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그는 직장에 매달려 바쁘게 살아왔지만, 정작 진정한 삶의 순간을 즐길 줄 몰랐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자연의 위대함과 천천히 흐르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배워가고 있었다.
마침내 거실의 벽은 완성되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은은하게 퍼져 마치 새벽 안개 속 소나무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며, 나무의 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김영훈은 벽 앞에 앉아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 바람이 스며들었고, 그는 다시 그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곳은 더 이상 단순한 거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함께 담은 공간이었다.
이제 그는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조용히 그 벽을 바라보았다.
바쁜 삶 속에서 놓치고 있던 것들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성공이나 후회에 연연하지 않았다.
나무처럼 묵묵히,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살아가기로 했다.
루미스페이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또 하나의 가치를 증명했다.
공간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김영훈의 거실 벽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그의 삶의 철학이 담긴 작품이었다.
김영훈은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며 벽 앞에서 조용히 중얼거린다.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쓰러지지 않는다. 흔들릴지언정 뿌리는 더욱 깊어질 뿐이다.”
그의 삶 역시 그랬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 그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고요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여생을 소나무 처럼 살기로 결심했다.
댓글
댓글 0개
이 문서에는 댓글을 달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