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뉴하트라는 곡은, 요가 강사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빛의 기둥 조명을 이용하여, 요가 타임에는 호흡과 함께, 댄스 타임에는 비트와 함께 자동으로 색과 세기가 변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 결과 요가학원은 단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음악과 조명이 함께 마음을 리셋해 주는 힐링 스튜디오로 재탄생 하였다.
뉴하트(New Heart)를 처음 들은 건, 평소처럼 요가 수업 준비를 하며 SNS를 넘기던 어느 저녁이었다. 가벼운 팝송 하나겠지 했는데, 후렴의 비트가 이상할 만큼 깊게 박혔다.
“새 심장이 필요해”라는 가사가 뜨는 순간,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한 슬픈 사랑이 다시 걸어 나왔다. 수현은 화면을 꺼버리고도 한동안 매트 위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자, 그 노래가 또 귓가를 두드렸다.
수현은 결국 포기하고, 거실 조명을 낮추고 뉴허트를 크게 틀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요가가 아니라 춤이었다.
팔이 뻗고, 허리가 돌고, 발끝이 바닥을 미끄러지듯 그리자, 가슴에 숨겨둔 감정이 함께 흘러나왔다.
눈물이 고이려는 순간, 시야 한켠에 평범한 스탠드 조명이 들어왔다.
“저게… 그냥 조명이 아니라, 빛의 기둥이면 어떨까?”
수현은 숨을 고르며 상상했다.
요가 학원 한가운데, 빛의 기둥이 서 있고, 그 기둥이 뉴허트의 비트에 맞춰 색과 밝기를 바꾸는 장면. 수업이 끝난 뒤, 수강생들과 그 기둥을 둘러싸고 가볍게 춤을 추는 모습.
요가, 음악, 빛이 한 번에 연결되는 순간.
그 상상이, 오래된 상처보다 더 강하게 심장을 두드렸다.
다음 날, 그녀는 검색창을 열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조명, 음악에 반응하는 조명, 기둥형 라이트… 수많은 제품이 쏟아졌지만, 대부분 클럽이나 게임룸을 위한 과한 조명뿐이었다.
요가와 명상, 힐링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빛의 기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맞춤 제작 조명”이라는 또 다른 키워드를 넣었을 때, 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 루미스페이스.
사이트에는 전시 조명, 인터랙티브 라이트, 감성적인 공간 사진이 이어졌다.
수현은 그 자리에서 메일을 썼다.
요가 학원 한가운데 세울, 기둥형 조명. 스마트폰에 연동만 하면, 평소에는 호흡 리듬에 맞춰 부드럽게 숨 쉬듯 밝아지고, 음악을 틀면 비트에 맞춰 색과 세기가 자동으로 변하는 조명. 눈앞에서만 선명한 상상을, 글자로 옮겨 보냈다.
며칠 뒤, 답장이 왔다.
가능하다는 말과 함께, ‘조명 기둥’이라는 이름을 가진 조명 설계가 제안되었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영상. 화면 속 스튜디오 중앙에 선 빛의 기둥이,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킥 드럼이 칠 때마다 밝기가 도약하고, 후렴에서는 색이 위로 흘러오르며 공간을 물들였다.
수현은 모니터 앞에서 박자를 찍어 보다가, 조용히 웃었다. “이건… 나 대신 숨 쉬고 춤춰줄 심장이네.”
몇 주 후, 길고 묵직한 박스가 요가 학원으로 들어왔다.
시공팀이 포장을 벗기자, 매트 위에 우뚝 선 빛의 기둥이 나타났다.
전원을 넣고 루미스페이스에서 제작된 연결포트에 스마트폰과 연결했다.
먼저 조명을 점등하자, 부드러운 색상이 연출 되었다.
음악을 틀자, 조명 기둥 전체가 그 리듬에 맞춰 천천히 밝아졌다가 잦아들었다.
마치 공간 전체가 함께 숨 쉬는 것 같았다.
그날 저녁 수업이 끝날 무렵, 수현은 수강생들을 빛의 기둥 앞으로 불러 모았다.
“오늘은… 요가 말고, 마지막에 조금 춤을 춰볼 거예요.”
그녀는 뉴하트를 선택하고, 스마트폰을 눌렀다.
음악이 흐르자, 조명 기둥은 즉시 비트를 읽어 들였다.
킥과 스네어에 맞춰 색이 부드럽게 변하고, 후렴에서 빛이 위로 치솟았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수강생들은 처음엔 어색해 웃기만 했지만, 곧 어깨를 흔들고, 손을 들어 올리고, 매트 위에서 조심스레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말했다.
“선생님, 조명기둥이 우리랑 같이 춤추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수현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때의 그녀는 작은 스탠드 조명 아래에서 혼자 울다가 혼자 춤추던 사람이었다.
이제는 빛의 기둥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함께 숨 쉬고 웃고 있었다.
뉴하트는 더 이상 아픈 기억만 건드리는 노래가 아니었다.
스마트폰과 루미스페이스의 조명이 만들어 준, 새 심장의 신호였다.
수업이 끝난 뒤, 기둥의 빛이 천천히 줄어드는 걸 보며 수현은 조용히 손을 얹었다.
“괜찮아. 예전 심장은 여기까지고, 이제는… 이 기둥처럼 서 있는 거야.”
그녀는 휴대폰에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제목은 짧게, 이렇게 적었다.
New Heart, New Light, New Pillar.
그리고 다음 수업 예약 알림을 설정하며, 빛의 기둥을 한 번 더 돌아본다.
내일도,
그 빛 한가운데에서
모두의 심장이
새로 시작될 거라는 걸 알기에.
댓글
댓글 0개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