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는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단한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세월이 깊이 새겨진 손마디와 거친 손바닥은 마치 오랜 세월을 견뎌낸 나무껍질 같았지만, 그 손은 흔들림 없이 핸들을 감싸쥐었다. 손자는 그런 할아버지를 위해 깊은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했다.
최신 아이폰 16 프로맥스 아이폰을 건네던 날, 손자는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이제 이걸로 멋진 사진도 찍고, 드라이브도 마음껏 다니세요. 세상 구경 좀 실컷 하시라고요.”
할아버지는 그 말에 대답 대신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투박하고 큰 손은 아이폰을 쥔 순간, 미세하게 떨렸다. 마치 청년 시절의 설렘이 되살아난 듯, 세월 속에 묻혀 있던 감각이 다시 피어나는 것 같았다.
손자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 할아버지가 깊은 외로움 속에 잠겨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할머니가 떠난 뒤, 할아버지의 집은 고요함으로 가득 찼다.
거실은 웃음소리 대신 침묵이 머물렀고, 텅 빈 소파와 먼지가 쌓인 찻잔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손자가 건넨 아이폰 그리고 손수 짠 듯한 따스한 배낭 하나가 그 고요한 공간에 작은 온기를 불어넣었다.
그 선물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할아버지의 일상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는 씨앗이었다.
할아버지는 손때 묻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내려놓고, 대신 아이폰을 손에 들었다.
SUV에 올라타 외딴 바닷가와 깊은 산자락을 찾아 나섰다.
출사를 떠날 때마다 할아버지는 늘 2:1 비율의 파노라마 사진만을 찍었다.
그 긴 프레임은 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비율이었다.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늘이 길어야 마음도 시원해지지. 이렇게 넓은 하늘을 보면, 우리도 꼭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잖아.”
그 목소리는 여전히 할아버지의 귓가에 맴돌았다.
예전에는 할머니와 함께 마주 보며 찍던 파노라마 사진이었다.
할머니는 카메라를 들고 웃으며, 할아버지는 그 옆에서 렌즈를 들여다보며 함께 프레임을 맞췄다. 하지만 이제는 할아버지 혼자였다.
혼자 셔터를 누르고, 혼자 그 긴 하늘을 담았다.
붉게 물든 노을이 내려앉는 바닷가, 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 호숫가, 밤하늘의 별빛 아래 펼쳐진 산맥의 능선. 사진 속 풍경들은 모두 고요하면서도 깊은 슬픔을 품고 있었다.
그 풍경들은 할머니의 부재를 채우려는 듯, 할아버지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졌다.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면, 할아버지는 늘 루미스페이스의 조명 액자에 사진을 출력해 걸었다.
긴 파노라마 사진은 따스한 빛에 감싸여 거실 한편을 환히 밝혔다.
그 빛 속에서 풍경은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동감이 돌았다.
액자 속 사진은 할머니가 남긴 편지처럼,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때로는 바람 소리가, 때로는 파도 소리가 그 사진 속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어느 날, 손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할아버지, 이번엔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같이 사진 찍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처음엔 잠시 망설였다. 혼자만의 시간이 익숙해진 터였다.
하지만 손자의 맑은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SUV의 조수석에 손자를 태우고, 두 사람은 겨울 바닷가로 향했다.
매서운 바람이 뺨을 스치며 지나갔지만, 모래사장 위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물들어갔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수평선은 마치 붉은 물감이 번진 듯 아름다웠다.
“여긴 할머니랑 자주 오던 곳이야.” 할아버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저기 절벽 아래서 바다에 반사된 노을을 참 좋아했지. 그때마다 사진을 찍으며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해.”
할아버지는 아이폰을 들어 2:1 파노라마로 그 풍경을 담았다.
손자는 조용히 그 옆에서 할아버지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주름진 얼굴, 희끗한 머리카락, 그리고 사진을 찍는 손에서 느껴지는 묘한 떨림. 그 모든 것이 손자에게는 할아버지의 깊은 이야기를 말해주는 듯했다.
사진을 찍은 후, 두 사람은 절벽 위에 나란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붉은 해가 수평선 아래로 천천히 잠기며 세상을 주홍빛으로 물들였다.
그때, 할아버지가 불쑥 입을 뗐다.
“왜 항상 2:1로만 찍냐고 물었던 거 기억하니?”
손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적, 호기심에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 긴 프레임 안엔 항상 할머니와 내가 함께 있었어.”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저 넓은 하늘과 긴 땅 위에, 우리 둘만의 시간이 담겨 있었지. 할머니가 떠난 지금도, 이 프레임 속에서 난 할머니를 만나는 기분이야.”
손자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차마 소리를 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의 말이 바람에 실려 바다 위로 흩어졌다.
며칠 뒤, 할아버지와 손자는 다시 출사를 나섰다.
이번엔 같은 장소 산자락으로 향했다.
안개가 자욱한 아침, 언덕 위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찍던 할아버지는 아이폰 화면 속에서 이상한 장면을 발견했다.
사진 속 언덕 아래, 흐릿한 안개 사이로 할머니가 생전에 즐겨 입던 회색 코트를 입은 실루엣이 서 있었다.
실루엣은 두 손을 뒤로 깍지 끼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어린 손자처럼 보이는 작은 그림자가 나란히 서 있었다.
“손자야, 이거 봐라.”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자가 사진을 보고 숨을 삼켰다.
“할머니… 같아요.”
그 순간, 할아버지의 기억 속 오래된 장면이 물밀듯 떠올랐다.
수십 년 전, 어린 손자와 할머니가 함께 이 언덕에 올라갔던 날이었다.
그때 할머니는 손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넌 이 하늘처럼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어야 해. 언젠가 혼자가 되어도, 이 하늘처럼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단다.”
그날의 목소리가 사진 속에서 되살아난 듯했다.
할아버지와 손자는 아무 말 없이 사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언덕 위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았다. 안개가 걷히며 드러난 산맥은 고요하면서도 장엄했다.
할아버지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래, 당신. 여기 있었구나.”
며칠 후, 루미스페이스 회사에서 출력 의뢰했던 필름이 도착했다.
지통을 열자 고급스럽게 인쇄된 파노라마 사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루미스페이스의 조명 액자에 사진을 끼워 넣고 불을 밝혔다
루미스페이스 회사의 조명액자에는 사진 속 전경에 촬영 당시의 노을빛을 느낄수 있도록 , 해 질 무렵의 따스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도록 색온도와 색감을 섬세하게 조율해주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은 보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다의 푸른빛은 노을 속에서 은은하게 녹아들수 있도록 색온도와 부분 조도조절을 하였다.
조명액자 속에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그때 그 바닷가에 다시 서 있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액자 속 풍경은 단순한 사진을 넘어, 할머니와의 기억을 따스하게 품은 하나의 공간으로 거실을 가득 채웠다.
사진이 액자에 걸리자마자, 할머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여보, 참 잘했어요. 여전히 우리 둘은 함께 있네요.”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사진 속 풍경에서 할머니의 흔적을 더 자주 발견했다.
때로는 안개 속에서, 때로는 별빛 아래에서, 흐릿하게 나타나는 할머니의 모습이 있었다. 손자 역시 사진을 보며 할머니의 실루엣을 찾아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두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낸 기적 같았다.
어느 날, 손자는 오래된 상자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카세트테이프를 할아버지에게 건넸다.
“할머니가 예전에 남겨둔 거예요. 저도 최근에 찾았어요.”
할아버지는 낡은 테이프 플레이어에 테이프를 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할머니의 목소리는 세월을 뛰어넘어 생생하게 들려왔다.
“여보, 언젠가 내가 당신보다 먼저 떠나게 된다면, 외로워 말아요.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당신의 사진 속 하늘에 있을 거예요. 그리고 손자를 보며 당신은 웃을 수 있을 거예요. 우린 늘 같이 있을 테니까요.”
할아버지는 테이프를 듣고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손자는 그 옆에서 할아버지의 어깨를 말없이 감싸 안았다.
거실 벽면, 루미스페이스의 조명 액자 속 파노라마 사진이 따스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 빛 속에서 안개 속에 할머니의 실루엣은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제 손자와 함께 선 할아버지 자신이 있었다.
사진 속 파노라마 하늘은 두 사람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손자까지.
그들은 파노라마 속에서 영원히 함께였다.
그리고 몇년의 세월이 흘려, 그 긴 조명액자의 프레임은 그들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거실 벽면에서 혼자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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