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협력사가 겪는 가장 큰 리스크인 ‘린넨 납품 불합격’을 조명 기반 표준 검사공정으로 뒤집었습니다. 시제품 반복 테스트로 얼룩이 드러나는 빛 조건을 고정하고, 작업자 숙련도 편차를 줄여 재세탁 루프를 끊어낸 현장형 솔루션 사례입니다.
“흰색은 죄가 없다”
새벽 5시, 세탁 협력사 창고 앞에 호텔 트롤리가 밀려 들어왔다. 바퀴가 철 바닥을 긁는 소리는 늘 같았지만, 오늘은 묘하게 무거웠다.
상자 위에 얹힌 ‘품질 불합격’ 보고서. 빨간 도장이 찍힌 항목은 단 하나, 그런데 회사 전체를 찌르는 문장이었다.
“얼룩 검출.”
방금 세탁된 린넨은 눈으로 보면 완벽했다. 그러나 호텔 검수대에 올라가는 순간, 흰색 속에서 미세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마치 숨은 잉크처럼.
다시 세탁, 다시 건조, 다시 다림질. 시간은 늘고, 인건비는 쌓이고, 계약 담당자는 말수를 줄였다.
“다음 달도 이러면… 어렵습니다.”
현장 팀장은 베테랑 직원에게 물었다.
“왜 못 잡았지?”
그는 답했다.
“빛이 다릅니다. 여기선 안 보여요.”
다음 날, 팀장은 호텔 검수 공간을 슬쩍 둘러봤다. 빛이 훨씬 균일했고, 각도도 낮았다.
린넨의 결이 ‘딱’ 드러나는 빛.
사장과 팀장, 생산관리, QC가 앉았다. 결론은 하나였다.
“검사 환경을… 우리도 호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팀장은 예전 맞춤 조명으로 유명하던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린넨 얼룩을 잡는 조명 테이블을 만들 수 있나요?”
잠시 정적 후, 상대가 말했다.
“흰색을 잡는 건… 재미있겠네요.”
루미스페이스 엔지니어는 물었다.
“얼룩은 언제 걸리나요? 펼칠 때요?”
팀장은 웃었다.
엔지니어는 태연했다. “원리는 비슷해요. ‘문제가 나타나는 순간’이 핵심이죠.”
호텔에서 반려된 린넨을 전부 모았다. 유분 자국, 섬유 유연제 얼룩, 화장품 자국, 미세 황변…
“이게 다 한 장의 흰색에 숨어 있었다고요?”
루미스페이스는 감성 대신 기준을 붙였다.
“이 얼룩이 눈에 보이는 조건을 재현합니다. 밝기, 색, 각도… 다 고정하죠.”
엔지니어는 말했다.
“밝기만 높이면 안 돼요. 너무 밝으면 얼룩이 제대로 안보입니다.
필요한 건 균일도, 그리고 연색성이에요.”
맞춤형 발광 테이블 1호가 나왔다. 린넨은 아름답게 빛났지만, 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호텔에서 걸린 얼룩이… 여기선 덜 보여요.”
루미스페이스는 테이블 옆에 낮은 각도의 보조광을 달았다.
빛이 결을 스치자, 린넨 표면이 갑자기 ‘지형’이 됐다.
그리고 그 지형 위로 얼룩이 솟았다.
“여기… 있네요.”
문제는 린넨 규격이 제각각이라는 것.
시트는 길고, 듀벳커버는 넓고, 타월은 작은데 수량이 많았다.
테이블 하나로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루미스페이스는 확장 패널을 설계했다.
필요한 폭만큼 끼우고, 고정하고, 균일도를 유지하는 구조.
“린넨이 커져도 빛은 안 찢어집니다.”
테이블 위에 얇은 그리드 라인을 넣었다.
검사자는 “구역별로 쓸어보듯” 눈을 이동하면 된다.
감이 아니라 루틴이 생겼다.
소재에 따라 밝기/모드가 달랐다.
루미스페이스는 풋스위치에 프리셋을 넣었다.
작업자는 손을 놓지 않고도 모드를 바꿀 수 있었다.
재세탁 더미가 줄었다.
검사자의 표정이 가벼워졌다.
그동안 ‘안 보이던 것’이, 이제는 ‘처음부터 보였다.’
호텔 담당자가 말했다.
“이번 납품은… 전량 통과입니다.”
팀장은 전화를 끊고도 한참 서 있었다. 마치 소리가 늦게 들리는 사람처럼.
사장은 QC 라인 끝에서 조명 테이블을 바라봤다.
빛은 과장되지 않았고, 대신 정직했다.
“불량률 0%.”
누군가는 적었다.
‘흰색은 죄가 없다. 우리가 못 봤을 뿐이다.’
댓글
댓글 0개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