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우리 집 거실 한편에는 푸른빛이 감도는 도자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와 전통을 담은 유산이었다.
조부모님께서는 늘 그것을 소중히 여기며, “이 도자기는 우리 가문의 이야기와 함께 이어져 온 것이란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어릴 적 그것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손으로 빚어낸 듯한 섬세한 곡선, 푸른 유약이 감도는 문양, 그리고 밑면에 새겨진 희미한 글씨를 관찰하곤 했다.
도자기가 언제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해 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조부모님은 늘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셨다.
시간이 흘러 조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도자기는 아버지에게 넘어갔다.
아버지는 그것을 소중히 다루셨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에 빠져 계셨다.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도록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도자기를 바라보며 ‘이제 내가 이 유산을 지켜야 할 때가 온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장식장에 무심히 놓아두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먼지가 쌓이고, 혹여 실수로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두는 것은 도자기의 가치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조부모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다.
전쟁 중 우리 조상이 이 도자기를 품에 안고 피난을 떠났고, 마을의 도예가들이 같은 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들어왔다고 하셨다.
이 도자기는 단순한 골동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가족의 역사와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우리만의 유산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이 도자기를 안전하게 보존하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방법이 필요했다.
기성 장식장에 놓기에는 도자기의 크기와 분위기가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족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맞춤형 진열대가 필요했다.
나는 과거 인테리어 프로젝트에서 알게 된 맞춤 제작 전문 회사 루미스페이스를 떠올렸다.
그들은 단순한 가구 제작이 아닌, 공간과 조명을 활용해 스토리를 담아내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상담을 위해 방문한 자리에서 나는 도자기의 의미와 가족의 역사를 설명했다.
“이 도자기가 우리 가족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실 거예요. 저는 단순한 장식장이 아니라, 이 도자기가 가진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원해요.”
디자이너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루미스페이스는 도자기의 역사와 의미를 반영한 디자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도자기가 안정적으로 보관될 수 있도록 맞춤형 받침대를 설계하고, 조명의 각도를 조절하여 도자기의 문양과 색감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새길 수 있도록 작은 패널을 추가하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맞춤 제작된 진열대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예정이었다.
제작이 시작되자, 고급 원목과 강화유리를 조합해 내구성과 미적 감각을 모두 갖춘 진열대가 만들어졌다.
조명은 따뜻한 색감의 간접 조명을 활용해 도자기의 문양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조명의 위치와 색상을 조정하며 도자기가 빛을 받을 때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각도를 찾았다.
디자이너는 내게 말했다. “이렇게 하면 도자기의 깊이감이 더 살아나겠군요.” 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진열대의 완성을 기다렸다.
마침내 진열대가 완성되었고, 설치를 마친 후 최종 점검을 진행했다.
작은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조율하며 도자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치를 고민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열대를 거실 한가운데에 설치하고 가족들에게 선보였다.
아들과 손자는 신기한 듯 도자기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거였어?” 손자가 물었다.
나는 웃으며 도자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상의 피난 이야기, 전쟁을 지나 도자기를 지켜낸 과정, 그리고 이 마을에서 도예 기술이 어떻게 전수되어 왔는지까지.
손자는 조용히 듣다가 문득 말했다.
“나도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워볼까?” 그 말에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도자기는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 도자기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늘어났다.
저녁이면 우리는 진열대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조명 아래에서 도자기의 푸른빛은 더욱 선명하게 살아났다.
손자는 도자기를 유심히 바라보며 관심을 보였고, 심지어 도자기 공예 체험을 해보겠다고 했다.
나는 도자기의 의미를 후대에 전하는 일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느꼈다.
나는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몇년 후, 루미스페이스 회사에 다시 방문 요청하여 추가로 기능을 요청하였다.
진열대 옆에 설명 패널을 부착하고, QR 코드를 추가해 디지털 아카이브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제 도자기는 단순한 골동품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유산이 되었다.
무엇보다 도자기가 자리 잡은 거실은 우리 가족의 중심 공간이 되었다.
따뜻한 간접 조명 아래에서 도자기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고,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그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이야기가 이어지고, 웃음소리가 퍼지는 공간.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도자기가 단순한 유물이 아닌, 우리 가족을 연결해주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용히 진열대 앞에 섰다.
도자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문득 돌아가신 조부모님이 이 모습을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진열대 유리에 얼굴을 갖다 대며 나는 속삭였다.
“조부모님도, 기뻐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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