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창문 같은 벽’을 만들고 싶다는 일본 디자이너의 요청을 루미스페이스가 맞춤형 매립조명으로 완성했습니다. 감성 연출과 시공 완성도를 모두 잡은 국제 협업 조명 제작 사례입니다.
유리창 위 물방울의 흐름을 벽에 심다.
일본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4개월 협업, 납품·현장 시공 감독까지 성공한 18단계 사례
초봄의 어느 날, 루미스페이스 회사로 일본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문의 메일이 도착했다.
요청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다.
“비 오는 날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의 긴장감과 속도를, 벽 안에 매립된 빛으로 표현할 수 있나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우리는 이 프로젝트가 일반적인 면조명 제작과는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첫 화상회의에서 일본 디자이너는 레퍼런스 사진 대신 짧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창문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서로 합쳐지고, 길게 늘어나고, 어느 순간 장력을 이기고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그는 말했다.
“조명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물의 물성(물방울의 성질)을 공간의 표정으로 번역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루미스페이스는 바로 ‘가능합니다’라고 답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던졌다.
- 정적인 표현인가, 반응형(가변 밝기)인가?
- 벽면 마감재는 무엇인가?
- 관람 거리는 몇 미터인가?
- 낮/밤 조도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첫 제안서에 이렇게 적었다.
“물방울의 흐름은 선이 아니라, 여러 개의 장력 레이어가 겹쳐진 빛의 밀도 변화로 구현하겠습니다.”
프로젝트 기간은 총 4개월.
일본 측은 공간 전체의 컨셉 디렉션과 마감 설계를 맡고, 루미스페이스는 광학 구조·매립 구조·제작·시공 감독까지 책임지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매주 1회 정기적인 온라인 미팅, 필요 시 수시 피드백.
서로의 언어는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벽이 비 오는 창문처럼 숨 쉬게 만들 것.”
초기 스케치는 아름다웠지만, 실제 제작 기준으로는 모호했다.
곡선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았고, 물방울이 합쳐지는 지점의 발광 밀도 표현도 추상적이었다.
루미스페이스는 이를 제작 가능하도록 분해했다.
- 흐름 시작점(맺힘)
- 중간 구간(장력 유지)
- 가속 구간(낙하 전)
- 잔광 구간(흔적)
감성적인 선을 광학적으로 제어 가능한 구간 구조로 바꾼 것이다.
샘플 1차 테스트에서 문제는 의외였다.
빛이 너무 균일하고 매끈해서, 오히려 ‘물’의 느낌이 사라진 것이다.
일본 디자이너는 조용히 말했다.
“완벽한 라인은 네온 같아요. 제가 원하는 건 유리창 위 물방울의 ‘불완전한 긴장감’이에요.”
그 피드백은 프로젝트의 방향을 바꿨다.
우리는 광량을 높이는 대신 미세한 밝기 기복을 설계에 넣었다.
흐름선 전체를 동일하게 빛나게 하지 않고, 구간별로 빛의 밀도와 번짐을 다르게 조정했다.
쉽게 말해, 빛을 “정돈”하는 것이 아니라
물방울이 미끄러지며 남기는 리듬을 흉내 내도록 ‘조절된 불균일성’을 설계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노출형 간판이나 일반 패널과 달리 벽면 매립형이었다.
즉, 조명 모듈 자체가 벽체 내부에 들어가야 하고, 마감 후에는 오차가 드러나면 안 됐다.
루미스페이스는 다음 기준으로 구조를 잡았다.
- 얇은 두께로도 균일 발광 가능한 광학 구조
- 발열 관리가 가능한 프레임 설계
- 유지보수를 고려한 분할 모듈 방식
- 현장 오차 보정을 위한 시공 허용치 설계
2차 샘플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한 줄의 빛이 아닌, 서로 다른 밀도의 흐름이 만나며 두꺼워지는 구간이 살아났다.
마치 유리창 위 작은 물방울들이 서로 만나 큰 물줄기가 되는 것처럼.
일본 디자이너는 샘플 영상 앞에서 한동안 말을 아꼈다가, 짧게 말했다.
“이제야 ‘비’가 보이네요.”
프로젝트가 깊어질수록 흔한 문제가 등장했다.
인테리어 도면상 벽체 내부 공간과 조명 모듈의 실제 두께가 충돌한 것이다.
루미스페이스는 일본 측과 협의해
- 일부 구간 모듈 두께 재조정
- 전원/배선 루트 변경
- 점검구 위치 재배치
- 시공 순서 재정의를 진행했다.
이 단계에서 기술력만큼 중요한 건 협업 태도였다.
누가 맞느냐가 아니라, 공간이 완성되도록 서로의 논리를 연결하는 일이 필요했다.
양산 제작이 시작되자 루미스페이스 내부에서는 별도의 체크리스트가 운영됐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 직선 조명처럼 규격만 맞추면 끝나는 작업이 아니었다.
각 모듈이 연결될 때 흐름의 방향성과 밝기 리듬이 이어져야 했다.
그래서 우리는 부품 단위 검사뿐 아니라
‘연결 상태 기준 검사’까지 추가했다.
한 조각씩 봐서는 예뻐도, 이어 붙였을 때 물의 흐름이 끊기면 실패이기 때문이다.
발주처가 일본인 디자이너였기에 해외 운송 안정성도 중요했다.
곡선형/비정형 모듈이 포함되어 있어 일반 포장 방식으로는 변형 위험이 있었다.
루미스페이스는 모듈 형상에 맞는 완충 지그를 제작하고,
현장 설치 순서에 맞춰 포장 순번까지 설계했다.
덕분에 현장에서 박스를 열었을 때, 디자이너는 필요한 순서대로 바로 조립 검수를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장 반입 첫날, 예상했던 변수가 실제로 나타났다.
벽체 일부 구간의 실측 치수가 최종 도면과 미세하게 달랐고, 마감면 단차도 있었다.
이때 루미스페이스의 현장 감독 역할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즉시 기준선을 재설정하고, 모듈 간격과 매립 깊이를 재조정해
디자인 의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장 오차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시공 기준을 다시 잡았다.
일반 조명 시공에서는 수평·수직·간격만 맞으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흐름의 인상이 핵심이었다.
루미스페이스는 현장에서 시공팀에 단순 치수 지시만 하지 않았다.
각 구간의 연결부에서 밝기 연속성, 그림자 경계, 벽면 마감과의 접점을 보며
“여기는 2mm 더 들어가야 물이 붙어 흐르는 느낌이 납니다” 같은 디렉션을 했다.
이 순간 우리는 설치업체가 아니라,
빛으로 물성을 번역하는 공동 연출자가 되어 있었다.
최종 점등 테스트가 시작됐다.
처음엔 한 구간씩 켰고, 그다음 전체를 순차 점등했다.
벽면 속에 숨겨진 빛의 흐름이 살아나면서, 공간 전체의 공기가 달라졌다.
매끄러운 빛이 아니라,
맺히고-늘어나고-합쳐지고-흘러내리는 듯한 리듬.
일본 디자이너가 원했던 바로 그 장면이었다.
현장 검수 후 일본 디자이너는 루미스페이스 팀에게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벽 장식 조명을 상상했는데, 완성된 걸 보니 이건 조명이 아니라 실내의 날씨네요.”
그 말은 프로젝트 전체를 관통하는 최고의 평가였다.
우리가 만든 것은 단순한 발광 장치가 아니라,
공간 안에 머무는 감정의 풍경이었다.
프로젝트는 단순 납품으로 끝나지 않았다.
루미스페이스는 점등 세팅, 유지관리 포인트, 향후 교체/점검 구조까지 정리해 전달했다.
특히 현장 시공 감독까지 책임지고 마무리한 점에서 일본 고객 발주처는 “제작사와 시공팀 사이에서 설명을 중계할 필요가 없었다”고 만족해했다.
그것이야말로 국제 협업에서 가장 큰 가치였다.
기술력 + 커뮤니케이션 능력 + 현장 대응력의 결합.
4개월의 협업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넘어, 서로의 방식에 대한 신뢰로 남았다.
일본 디자이너는 이후 다른 공간에서도 루미스페이스와의 작품성격에 가까운 조명장치 제작 가능한 협업 가능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미스페이스 내부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이렇게 기록했다.
“우리는 벽에 조명을 심은 것이 아니라, 유리창을 타고 흐르던 물방울의 장력을 공간 안에 정착시켰다.”
그날 이후, 루미스페이스에게 조명은 더 이상 단순한 밝기가 아니었다.
빛은 감정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 자체를 공간에 발생시키는 기술이 되었다.
댓글
댓글 0개
이 문서에는 댓글을 달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