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의 흔적을 기억하다
루미스페이스 광학 분석팀의 스토리
서울의 어느 아파트 단지. 7층에 거주하는 김 씨는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물방울과 씨름해야 했다. 창호를 교체한 지 3개월이 지났건만, 비가 오는 날이면 거실 바닥에는 어느새 빗물이 고여 있었다.
“이건 창호 때문이 맞는 것 같은데, 시공업체는 아니라고 하고... 도대체 누구 책임이죠?”
그는 더 이상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조명을 디자인하는 기업이라는 다소 엉뚱해 보이는 곳—루미스페이스 광학 분석팀에 연락을 넣었다.
빛을 설계한다는 이들이 어떻게 누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반신반의였다.
“안녕하세요, 루미스페이스입니다. 문제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시겠어요?”
그렇게 시작된 상담은 의외로 체계적이었다.
단순한 감각이나 눈대중이 아니라, 광학 기반으로 누수의 원인을 추적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김 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현장 점검을 의뢰했다.
며칠 후, 낯선 장비를 들고 전문가가 김 씨의 집을 찾았다. 한 손에는 열화상 카메라, 다른 손에는 다른 현장에서 필요한 자체적으로 제작된 장비가 손에 들려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공사하러 온 사람이 아닌, 마치 범죄 현장을 분석하러 온 과학수사대 같았다.
“우린 빛을 가지고 문제를 찾는 팀입니다. 침투의 흔적은 반드시 남습니다.”
첫 번째로, 분석팀은 창틀을 중심으로 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손에 쥔 태블릿에 실시간으로 붉고 파란 패턴이 나타났다. 창틀 하단의 색 온도가 확연히 낮았고, 그 주변으로 확산된 푸른 얼룩이 있었다.
“이건 외부 수분이 내부로 침투하는 열 차이입니다. 빗물의 수분 분포는 속이지 않거든요.”
분석팀은 휴대용 워터미스트 장비를 꺼냈다. 실제 빗물과 유사한 수압과 입자 크기를 시뮬레이션한 장비였다. 김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거실 외벽과 창틀에 인공 강우가 쏟아졌다.
10분 후, 물방울이 창틀 아래로 스며드는 장면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실리콘이 끊긴 부분에서 시작된 작은 진동이 마침내 눈에 보이는 물방울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히 이 부분입니다. 실리콘이 누락됐고, 프레임 밀착이 2mm 이상 벌어졌어요.”
분석팀은 데이터를 모아 누수 진단 보고서를 작성했다.
창호 하부의 문제 구간, 열 분포 그래프, 비 시뮬레이션 장면까지 포함된 문서는 더 이상 누가 잘못했는지를 두고 논쟁할 여지를 없앴다.
제목은 간결했다.
“창호 실리콘 미시공 및 프레임 오차에 따른 외부 침수 원인 보고”
며칠 후, 분석팀은 시공업체와 관리사무소, 김씨가 모인 자리에 참석했다.
프로젝터에서 영상이 재생되고, 빛의 파장과 온도차가 그래프로 떠오를 때, 방 안은 숙연해졌다. 시공업체 측장은 더 이상 부인하지 못했다.
“...확인해보니 업체에서 실리콘 마감 일부가 누락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날, 책임이 명확히 정리되었고 업체는 재시공을 약속했다.
재시공 이후, 팀은 다시 워터미스트를 가동했다.
이번에는 아무런 물기도 생기지 않았다. 열화상도, 습도센서도, 완벽히 침묵했다. 광학은 실패하지 않았다.
김 씨의 제안으로 아파트 입주민 회의가 열렸다.
루미스페이스는 기술적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했고, 다른 입주 가구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된 주민들은 향후 집합적인 점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냥 조명 회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 팀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분석하는 곳이네요.”
문제가 해결되고 며칠 후, 김 씨는 루미스페이스에 짧은 메일을 보냈다.
“저는 단지 조명을 잘 다루는 업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믿음이 있는 기술 기업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남아 있던 어둠을 걷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미스페이스 광학 분석팀은 곧 다른 도시, 다른 문제를 해결하러 떠났다.
그들의 차량 뒷좌석엔 여전히 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와 수분 측정기, 그리고 10년 동안 분석한 보고서 자료집에 기재된 누수 분석 패턴이 기재된 상세 수첩이 있었다. 마치 형광펜처럼 공간의 결함을 짚어내는 이들. 그들은 문제를 밝히는 빛, 공간 분석 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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