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봄바람은 여전히 차고, 현장 공사 일정은 늘 빠듯했다.
2025년 5월, 울산의 중견 전기 시공회사는 아파트 단지 경관조명 입찰에서 최저가로 낙찰을 따냈을 때, 회사 시공 책임자 박실장 은 회의실 구석에서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입찰 조건이 써 있는 설계도서 하단엔 작고 까다로운 한 문장이 있었다.
“폭 270mm 이상, 균일 조도 유지, 옥외 방수형 LED 조명 필수.”
가격만 봐서는 나쁘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전기 일을 15년 이상 해온 박 실장은 이 작은 글씨가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폭이 70mm를 넘어서면 중국산 저가 LED 조명으론 절대 균일한 빛을 뿌릴 수 없었다.
“청계천 올라가서 좀 알아봐라.”
다음 날, 시공팀 막내 최준호(가명)와 과장 김과장이 서울로 출장을 떠났다.
청계천 전자상가를 훑어 다녔지만, 중국산 LED 바와 패널로 빼곡한 매장들은 270mm 폭 조건을 들이대자 난색을 표했다.
“그 폭에서는 균일하게 안 나와요. 그냥 좁은 데에 쓰셔야죠.”
“밝기 올리면 되지 않나요? 다 그렇게 해요.”
담배를 물고 청계천 거리를 서성이던 김 과장이 혀를 찼다.
“이러면 골치 아픈데…”
울산 사무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아무 성과 없이 박 실장 앞에 섰다.
“도무지 찾을 수가 없네요. 조건 맞출 만한 물건이 없습니다.”
박 실장은 말없이 인터넷을 검색하다 이미지를 발견했다.
‘LUMISPACE — 옥외 방수형 라인바 제안서.’
첨부파일을 클릭하자 간략한 견적서 대신 세부 기술 사양서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PCB 배치도, 광확산 각도, 열 분산 알루미늄 하우징 구조, 그리고 균일도를 보여주는 조도 시뮬레이션 데이터까지, 제대로 된 제안서였다.
박 실장이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루미스페이스의 기술영업 책임자였다.
“샘플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이틀 후, 루미스페이스의 기술담당자 이 차장이 울산으로 내려왔다.
그는 서류가 가득 든 가방과 설계 도면을 테이블 위에 펼치며 말했다.
“270mm 폭이 문제라고 하셨는데, 정확히 말씀드리면 폭 자체보다 빛이 어떻게 균일하게 확산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이건 단순히 LED칩의 문제가 아니고 광학적 설계로 풀어야 하는 문제예요.”
박 실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단가가 꽤 나오겠네요?”
이 차장은 잠깐 침묵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 중국산과는 비교가 어렵죠. 알루미늄 하우징, IP65 방수등급, 확산 렌즈까지 넣으려면 일정 수준의 단가는 필수입니다.”
“우리는 이미 낙찰가가 정해져 있어요. 원가율이 빠듯합니다. 단가를 좀 낮출 수는 없을까요?”
박 실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 차장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단가를 낮추려면 PCB 간격을 벌리고, 렌즈 등급을 내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균일 조도 조건을 지키긴 어렵습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결국 박 실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일단 샘플을 보고 판단합시다. 균일도만 확실히 보장된다면 단가 조정은 제가 회사 내부에서 설득해보겠습니다.”
일주일 뒤, 루미스페이스에서 다시 울산 현장을 찾았다.
이 차장과 함께 온 직원이 들고 온 샘플 라인바는 기존에 본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묵직한 알루미늄 하우징, 균일한 간격으로 배치된 고급 광확산 렌즈, 투명한 실리콘으로 정교하게 방수 처리된 마감까지, 눈으로 보기에도 품질이 느껴졌다.
샘플을 켜자, 현장 벽면 270mm 폭 위에 빛이 완벽하게 균일하게 펼쳐졌다.
박 실장과 김 과장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박 실장은 조용히 말했다.
“확실히 좋긴 하네요. 근데 우리가 맞춰야 할 낙찰 단가가 있어요. 솔직히 좀만 더 맞춰주시죠.”
이 차장은 이번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저희도 한계가 있어요. 이 제품, 이미 최소 마진입니다. 여기서 더 내리면 품질 유지가 어렵습니다.”
박 실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론을 내렸다.
“좋습니다. 그럼 수량을 조금 더 늘릴 테니 단가를 5% 정도만 낮춰주세요. 이걸로 끝이 아니고 다음 단지 입찰도 같이 하겠습니다.”
이 차장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수량 늘리시면 5%는 가능합니다.”
협상은 그렇게 타협점을 찾았다.
두 달 후 시공이 끝난 현장에는 완벽하게 균일한 빛이 흘렀다.
그리고 2달 후 입주한 입주민들이 외벽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조명이 정말 고급스럽네요. 어느 업체에서 한 거죠?”
그리고 3개월 후, 다른 아파트에 새로운 입찰이 열렸을 때, 전기 시공 회사는 자신 있게 루미스페이스를 협력사로 넣어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사가 이번엔 더 낮은 가격으로 밀고 들어왔지만, 입주자 대표회의는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번 시공한 그 아파트 단지 조명이죠? 무조건 그걸로 하세요.”
빛을 선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정은 언제나 확고했다.
루미스페이스였다.
조도를 맞추는 사람들은 결국 빛을 알아보았다.
품질과 타협하지 않은 그 선택이 경쟁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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