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사는 자체 머신비전 조명을 제작했지만, 균일도 불량과 유광 반사(글레어) 문제로 4번 실패를 겪었다. 루미스페이스는 21년간 축적한 머신비전 조명 제작 경험과 다양한 확산판(투과율/헤이즈/유광·무광/렌즈형)을 기반으로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그들은 “조명”을 만들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빛으로 검사를 안정시키는 장치”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장치는 만들어지는데, 검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경북의 한 산업단지.
금속 가공과 코팅을 하는 중소 제조사 ‘SL테크’의 검사 라인 위로 부품들이 일정한 속도로 흘렀다. 표면은 유광 코팅. 겉보기엔 반듯하고 예뻤다.
문제는 그 예쁨이 카메라 앞에서 폭발한다는 것이었다. 빛이 닿는 순간, 표면은 거울이 된다. 결함은 거울 속으로 사라진다.
QA팀장은 며칠째 모니터 앞에서 같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결함이 있는 것도 같은데, 어느 날은 잡히고 어느 날은 놓쳤다.
오탐이 터지는 날은 라인이 멈췄고, 미탐이 터진 날은 고객 클레임이 날아왔다.
그는 중얼거렸다.
“이게 카메라가 문제냐… 조명이 문제냐…”
그 답은 단순했다.
조명이었다. 하지만 “LED 밝기” 같은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빛이 기계의 눈에 들어가는 방식—그 자체가 틀려 있었다.
팀장은 인터넷에서 가장 흔한 범용 확산판을 주문했다.
“확산판이면 빛이 퍼져서 균일해지겠지.”
LED 패널 위에 얹고, 테스트를 돌렸다.
처음 3초는 좋아 보였다.
그런데 화면의 중앙은 밝고, 가장자리는 죽어 있었다.
결함이 중앙에 오면 잘 잡히고, 옆으로 가면 흐릿해졌다.
팀장은 모니터의 히스토그램을 봤다. 그래프가 춤을 췄다.
“균일도가… 안 나와.”
엔지니어는 말했다.
“밝기 올리면 되죠. 부족하니까 그래요.”
밝기를 올린 순간, 부품 표면이 거울이 됐다.
카메라 화면에 조명의 픽셀이 찍혔다.
결함은 빛 속에 묻혔다.
팀장은 탄식했다.
“결함을 잡아야 하는데 조명만 잡네.”
그들은 조명을 기울이고, 높이를 바꾸고, 거리를 조절했다.
특정 각도에서 갑자기 결함이 떠올랐다. 모두가 “됐다!”라고 외쳤다.
그 다음 날, 라인 속도가 조금 바뀌었다.
부품의 위치가 2mm 흔들렸다.
결함은 다시 사라졌다. 오탐이 폭죽처럼 터졌다.
팀장은 깨달았다.
“우린 ‘특정 조건에서만 되는 장치’를 만든 거야.”
“유광은 편광이면 잡혀요.”
누군가가 말했다. 윤호는 마지막 희망처럼 필터를 달았다.
반사는 줄었다.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빛이 너무 많이 죽었다. 노이즈가 늘었다. 대비가 무너졌다.
결함이 아닌 먼지와 노이즈가 결함처럼 보였다.
그날 밤, 팀장은 라인 옆에 서서 기계가 도는 소리를 들었다.
기계는 성실했다. 사람만 지쳐갔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창에 적었다.
“조명 확산판 머신비전”
그 다음 문장은 솔직했다.
“균일도 + 반사값 해결”
다음 주, 루미스페이스의 현장 책임자—사람들은 그를 “빛의 조립자”라고 불렀다—가 SL테크 라인 앞에 섰다.
그는 조명을 보지 않았다. 먼저 불량 샘플을 봤다.
“잡으려는 결함이 뭐죠?”
팀장이 말했다.
“미세 스크래치요. 그리고 코팅 얼룩. 이물도 있고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메라는요? 렌즈는? 노출 시간은?”
팀장은 그제야 ‘상대가 진짜’라는 걸 알았다.
보통 업체는 먼저 제품 카탈로그를 펼친다.
이 사람은 먼저 실패 원인부터 찾고 있었다.
루미스페이스는 테스트 로그를 요구했다.
네 번의 실패, 그때의 영상 캡처, 히스토그램 변화, 라인 흔들림 데이터.
그들은 그걸 한 장씩 넘겨보며, 거의 읽듯이 말했다.
“이건 확산이 부족한 게 아니고… 확산의 종류가 틀렸습니다.”
팀장은 물었다.
“확산에도 종류가 있어요?”
루미스페이스 책임자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많습니다. 확산은 ‘퍼뜨리기’가 아니라, 어디로 퍼뜨릴지 결정하는 거예요.”
루미스페이스는 작은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확산판 샘플이 20종 이상 들어 있었다. 투명한 것도, 반투명한 것도, 우윳빛도, 미세한 입자가 박힌 것도, 표면이 사포처럼 무광 처리된 것도.
팀장은 그걸 보고 “재료 샘플북”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루미스페이스는 이걸 광학 데이터베이스처럼 다뤘다.
“이건 투과율이 높고 헤이즈가 낮습니다. 균일도는 좋지만 반사 잡기엔 약해요.”
“이건 헤이즈가 높아서 핫스팟을 죽이는데 좋습니다. 대신 대비가 흐려질 수 있죠.”
“이건 유광 표면 처리가 있어요. 특정 각도의 반사를 더 세게 ‘튕깁니다’. 반대로…”
그는 다른 판을 들어 올렸다.
“이건 무광 처리. 스펙큘러(거울반사)를 넓게 분산시켜 하이라이트를 눌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처음 보는 판이 나왔다.
표면이 단순한 확산판이 아니었다.
미세한 렌즈 패턴이 숨은 듯 얹혀 있었다.
“이건… 뭐죠?”
“확산판 렌즈형입니다.”
“확산이랑 렌즈는 반대 아닌가요?”
현장 책임자는 라인 위의 유광 부품을 가리켰다.
“일반 확산판은 빛을 ‘퍼뜨리기’만 합니다.
근데 여기선 퍼뜨리기만 하면 반사가 살아납니다.
우리는 퍼뜨리면서 동시에 방향을 통제해야 해요.”
팀장의 눈이 조금 커졌다.
“결함이 잘 보이는 방향의 빛만 남기고, 반사가 튀는 방향의 빛은 죽이는 거죠.
그래야 균일도와 반사값을 같이 잡습니다.”
그 말은 정리하면 단순했다.
하지만 네 번 실패한 사람에게는, 그 단순함이 거의 기적처럼 들렸다.
루미스페이스는 조명을 바꾸면서 동시에 구조를 바꿨다.
- 확산판과 광원 사이의 간격
- 차광(눈부심) 구조
- 출사각 분포
- 라인 편차를 흡수하는 working distance 설계
팀장은 모니터를 응시했다.
전원이 들어오는 순간, 히스토그램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긴 했다. 하지만 ‘살아있는 흔들림’이 아니라, 안정된 호흡이었다.
부품이 들어왔다.
유광 표면이 거울처럼 튀지 않았다.
빛이 면으로 깔리면서도, 스크래치가 얇게 떠올랐다.
얼룩은 묻지 않고 분리되었다.
팀장은 멍하니 말했다.
“설정값이… 안 떠요.”
옆의 엔지니어가 물었다.
“뭐가요?”
“원래는 밝기 조금만 바뀌면 튜닝해야 하잖아요.
근데 지금은… 계속 같은 그림이 나와요.”
그때, 현장 책임자는 조용히 덧붙였다.
“그게 목표였습니다.
머신비전은 ‘잘 찍는’ 게 아니라, 항상 같은 조건으로 찍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회의실에서 최종 검증 결과를 공유하던 날, 팀장은 물었다.
“솔직히…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맞추셨어요?”
루미스페이스는 대단한 말을 하지 않았다.
“저희는 21년 동안 머신비전 조명만 만들면서, 비슷한 실패를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확산판을 ‘재료’로 보지 않고… 증상별 처방으로 갖고 있어요.”
팀장은 그 말을 이해했다.
그들이 가진 건 제품이 아니라, 실패의 지도였다.
- 균일도가 흔들리면 어떤 확산이 이기는지
- 유광 반사가 폭주하면 어떤 표면 처리와 출사각이 필요한지
- 편광이 들어가면 무엇이 무너지는지
- 라인이 흔들릴 때 어떤 구조가 버티는지
그 지도 위에서 루미스페이스는 길을 찾은 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길로 빠르게 걸어간 것이었다.
라인은 다시 빨라졌다.
불량률은 실제로 줄었고, 무엇보다 라인이 멈추는 횟수가 줄었다.
불량보다 더 비싼 건 멈춤이니까.
팀장은 마지막 보고서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조명을 만들려고 했지만, 루미스페이스는 검사환경을 설계했다.
네 번의 실패는 ‘빛을 부품처럼 다룬 결과’였고, 이번 성공은 ‘빛을 공정처럼 설계한 결과’였다.”
그 문장을 쓰고 나서 윤호는 웃었다.
한동안 그를 괴롭히던 유광 표면은 여전히 유광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유광은 더 이상 거울이 아니었다.
그것은—
검사가 가능한 표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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