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기둥 때문에 공간이 무거워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 제작한 반원형 모듈과 확산 디퓨저로 광원을 숨기고 유지보수를 고려한 기둥 조명을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민원 요소(눈부심/배선 노출/분진 공사)를 줄이면서 ‘설계 의도처럼 자연스러운’ 리뉴얼을 완성했다.
지방의 작은 건축사무소는 늘 현장에서 설계를 끝까지 책임지는 팀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경남의 신도시 한복판, 3층 규모의 복합건물이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서자 건축주가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를 말했다.
“근데… 저 원형 기둥들, 어쩔 수 없는 건 알겠는데… 너무 ‘주차장 느낌’ 나지 않나요?”
건축 소장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구조도면이 아니라 사람의 표정이 떠올랐다.
구조적으로 필요한 원형 기둥. 하중을 받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몸통. 그 기둥은 죄가 없는데, 공간의 분위기를 통째로 무겁게 만들었다.
건축은 완성됐는데, 공간의 감정이 완성되지 않았다.
설계사는 먼저 시도를 했다.
기둥에 페인트를 바꿔보고, 텍스처를 넣어보고, 가구로 피해서 동선을 짜보았다.
그런데 원형 기둥은 둥글게 사람의 눈을 따라오듯 존재감을 유지했다.
소장은 결국 검색창에 적었다.
“원형 기둥 조명 디자인”
“기둥 간접조명”
“기둥을 포인트로”
그 다음에는 실무자의 속마음이 그대로 붙었다.
“공사 크게 안 하고”
“민원 없고(눈부심)”
“유지보수 쉬운 방식”
그러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루미스페이스 이름이 올라왔다. “맞춤 조명 구조로 해결하는 데가 있다”는 한 줄이었다.
소장은 그 한 줄을 붙잡고 전화했다.
“원형 기둥이 구조적으로 꼭 있어야 하는데요. 이걸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설계 의도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전화기 너머에서 돌아온 답은 짧았다.
“가능합니다. 기둥을 ‘가리는’ 게 아니라, 기둥을 해석하면 됩니다.”
루미스페이스 팀은 도면을 보기 전에 먼저 시공 현장을 걸었다.
1층 로비 겸 카페 라운지. 바닥은 밝은 폴리싱 타일, 천장은 노출천장에 설비가 보이는 형태. 그리고 원형 기둥이 규칙적으로 박혀 있었다.
루미스페이스 책임자는 기둥 앞에서 멈춰 섰다.
“기둥의 문제는 모양이 아니라, 기둥이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것이에요.”
소장은 눈을 깜빡였다.
“아무 말도 안 한다…요?”
“네. 지금 기둥은 구조물로서만 존재하니까, 사람 눈엔 ‘방해물’로 읽히죠.
근데 빛을 얹으면 기둥이 문장이 됩니다.
‘여긴 이렇게 쓰는 공간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들은 그 자리에서 3가지 원칙을 잡았다.
- 천장을 뜯지 않는다(영업/공정 유지)
- 광원이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다(눈부심 민원 방지)
- 유지보수는 손쉽게(모듈 교체형)
그리고 루미스페이스는 한 가지 추가 원칙을 꺼냈다.
- 황금비율로 ‘보이는 지점’을 통일한다
원형 기둥은 사람의 시선을 쉽게 빼앗는다.
루미스페이스는 기둥 높이 H를 기준으로, 빛의 중심을 이렇게 정의했다.
- 빛의 ‘메인 존재감’은 바닥 기준 0.618H
- 보조 광은 0.382H 구간에서 시작해 메인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왜냐하면 사람은 중앙(0.5H)보다 약간 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그 지점이 황금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빛이 딱 가운데 있으면 안내표지처럼 보이고, 너무 위면 천장 조명처럼 보인다. 0.618H는 기둥이 ‘공간의 일부’로 읽히는 높이였다.
또 하나. 로비 동선 길이 L를 기준으로,
- 로비의 핵심 시선 포인트(카운터/사인/아트월)가 있는 곳을 기준점으로 잡고
- 그 지점과 가장 가까운 기둥을 “대표 기둥”으로 설정
- 대표 기둥의 위치가 대략 0.618L 구간에 오도록 조명 밀도를 조절
그 결과, 사람은 이유는 몰라도 “여기가 중심이다”라고 느끼게 된다.
빛이 길을 안내하고, 기둥이 리듬을 만든다.
루미스페이스는 기둥을 전면으로 감싸는 랩핑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원형 기둥의 곡률을 따라가는 반원형(180°) 모듈을 제작했다.
- 기둥 뒤쪽에 전원·배선을 숨김
- 전면은 얇은 디퓨저로 빛이 면처럼 퍼지게 구성
- 광원은 내부에 숨겨 직접 보이지 않게 설계
- 상단에는 얇은 음영을 남겨 ‘떠 있는’ 느낌을 연출
건축소장은 제작 샘플을 보고 바로 알았다.
이건 “기둥에 조명 붙인 것”이 아니라, 기둥이 조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시공은 영업 종료 후 야간에 진행됐다.
소음이 거의 없었다. 분진도 거의 없었다.
기둥 하나가 켜지는 순간, 로비는 갑자기 ‘완성된 건축물’처럼 보였다.
마지막 날, 건축주는 로비에 들어오자마자 한동안 말이 없었다.
소장은 그 침묵이 무서웠다. 고객의 침묵은 늘 두 종류니까.
“별로”거나, “생각보다 좋다”거나.
건축주는 기둥을 한 바퀴 돌며 빛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 기둥… 없애지 않아도 되겠네요.”
소장은 그 말에 숨이 풀렸다.
그 다음 문장이 더 강했다.
“오히려 이게 이 건물 ‘얼굴’이에요.”
건축사무소는 그 프로젝트 이후, 구조기둥을 “피해야 하는 것”으로 보지 않게 됐다.
기둥은 이제 ‘해석의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루미스페이스는 그 현장에서 한 문장을 남겼다.
“구조는 피할 수 없지만, 느낌은 설계할 수 있습니다.
그 느낌을 만드는 가장 얇고 강한 재료가… 빛이에요.”
원형 기둥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하지만 이제 그 기둥은 ‘주차장 느낌’이 아니라,
로비의 분위기를 세우는 빛의 기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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