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틸트 토크를 수치로 산정하고(안전율 포함), 판금·절곡 구조를 최적화해 각도 고정(프리 스톱)과 좌우 회전(스위블)을 동시에 만족시킨 장비용 브라켓 개발 스토리입니다.
첫 전화는 짧았다.
“패널이 자꾸 내려앉아요. 작업자가 터치할 때마다 화면이 흔들려서… 라인이 멈출 뻔했어요.”
루미스페이스는 그 문장 한 줄에 현장을 떠올렸다.
장비는 돌아가고, 진동은 쌓이고, 사람 손은 하루에도 수백 번 같은 곳을 눌러댄다. 고정이 풀린다는 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산성과 안전이 동시에 흔들린다는 뜻이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문제는 더 분명해졌다.
HMI 패널은 겉으로는 단단해 보였지만, 각도를 30도쯤 맞춰 놓으면 시간이 지나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처음엔 괜찮은데요. 점심 먹고 오면… 이만큼 내려와요.” 유지보수팀 직원이 손으로 각도를 가리켰다.
패널이 내려앉으면 화면이 눈에서 멀어지고, 버튼이 미끄러지며 눌리고, 짜증이 쌓이다가 결국 라인이 멈춘다. 그들에겐 시간이 돈이고, 멈춤은 경고등이었다.
고객이 원하는 건 세 가지였다.
원하는 각도에서 딱 멈춰 있어야 하고, 점검 때는 좌우로 돌려 접근성이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산업용”답게 오래 버텨야 했다. 루미스페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가능합니다. 다만, 힌지를 감으로 고르진 않겠습니다.”
그날 루미스페이스는 먼저 패널의 무게와 무게중심을 확인했다.
패널은 약 2.8킬로. 힌지 축에서 무게중심까지 거리는 90밀리미터 정도였다. 숫자가 모이자 계산은 빠르게 끝났다. 필요한 틸트 토크는 대략 2.47 N·m. 그러나 산업 현장은 늘 변수로 가득했다. 진동, 반복 터치, 조립 오차, 부품 편차,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생기는 미세한 유격까지. 루미스페이스는 안전율을 얹어 설계 목표를 3.2 N·m 수준으로 잡았다. “버티는 것과 여유가 있는 건 다릅니다.”
후보로 떠오른 건 스가츠네의 HG-T30S15였다.
2축 구조로 틸트와 스위블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프리 스톱으로 어느 각도에서든 멈춰 서는 타입. 틸트 토크 3.0 N·m, 스위블 토크 1.5 N·m, 20,000회 사이클… 스펙만 보면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루미스페이스는 스펙의 ‘±20%’를 크게 보았다. 최저치로 떨어지면 단일 힌지 1개가 간당간당해질 수 있었다. 현장에서 “간당간당”은 실패의 다른 이름이었다.
결론은 단순했다.
힌지를 두 개로 간다. 병렬로 배치해서 토크 여유를 확보한다. 그리고 힌지를 납품하는 게 아니라, 장비에 바로 붙일 수 있는 ‘유닛’으로 완성한다. 루미스페이스의 진짜 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설계도면은 ‘멋’이 아니라 ‘구멍’부터 잡았다. 힌지 피치, 체결 나사 규격, 공차, 기준면. 병렬 힌지는 아주 미세하게 틀어져도 한쪽이 과부하를 먹는다. 그러면 새 제품도 결국 처진다.
루미스페이스는 판금 프레임을 기본으로 잡고, 반복 진동을 버틸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무게가 늘어 토크가 커지지 않게 균형점을 찾았다. “두껍게 만들면 든든하겠죠. 대신 더 무거워져요. 토크는 또 올라갑니다.” 설계자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무게와 강성 사이에서 늘 외줄타기 합니다.”
레이저 커팅이 시작되자 철판은 도면을 따라 조용히 잘려나갔다. 절곡은 더 섬세했다.
힌지가 닿는 면이 흔들리면 모든 게 흔들린다. 루미스페이스는 기준 플랜지를 먼저 세우고, 필요한 곳에 보강 리브를 넣어 프레임이 떨리지 않게 잡았다. 동시에 케이블 경로를 설계에 포함했다. 회전할 때 배선이 꺾이지 않도록 굴곡 반경을 확보했다. “토크는 살아 있어도, 케이블이 끊기면 화면이 꺼져요. 그럼 끝입니다.”
조립 단계에서 루미스페이스는 힘으로 맞추지 않았다.
병렬 힌지는 ‘정렬’이 생명이다. 지그로 정렬을 잡고, 체결 순서와 체결 토크를 표준화했다. “세게 조이면 든든하긴 한데요.” 현장 담당자가 말하자 루미스페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진동 환경에서는 과체결이 오히려 피로를 빨리 부릅니다. 오래 쓰려면 ‘적당히 정확하게’가 답이에요.”
스위블 쪽은 360도 회전이 가능했지만, 고객은 점검 동선만 필요했다.
그래서 회전 범위를 제한하는 스토퍼를 설계에 넣었다. 돌긴 돌되, 제멋대로 돌지 않도록. 사람 손은 익숙한 대로 움직이고, 장비는 그 익숙함을 이기지 못하면 망가진다.
시제품을 들고 다시 현장에 섰다.
패널을 30도에 맞추고, 라인을 그대로 돌렸다. 작업자는 늘 하던 대로 화면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수십 번, 수백 번. 진동이 유닛을 흔들어 보려 했지만, 유닛은 요지부동이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교대가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각도는 그대로였다. 유지보수팀 직원이 조용히 패널 옆을 만져 보더니 짧게 말했다. “안 내려가네요.”
그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
이전 브라켓은 시간이 지나면 5도, 10도씩 숙였지만, 새 유닛은 체감상 0에 가까웠다. 점검도 쉬워졌다. 좌우로 돌리고 열면 내부가 바로 보였고, 작업자의 동작은 빨라졌다. 라인은 멈추지 않았고, 불만도 줄었다. 그리고 고객사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이 구조, 다음 장비 라인에도 표준으로 넣죠.”
루미스페이스는 힌지를 판 게 아니었다.
숫자로 토크를 읽고, 판금과 절곡으로 뼈대를 만들고, 조립으로 익숙함과 진동까지 설계해낸 ‘산업용 해답’을 납품했다.
어쩌면 성공의 정의는 단순했다. 작업자가 아무 생각 없이 눌러도, 장비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딱’ 버텨주는 것. 그게, 현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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